• 최종편집 2024-02-01(목)
 
  •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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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률 1.1%’, 

우리 국내 양곡 소비량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밀의 현주소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널리 재배되었던 밀. 우리 토종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입증될 정도로 뛰어났다. 친근했던 우리밀이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건, 1960년대 한국에 값싼 수입산 밀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연이어 1982년에 밀수입 자유화가 이뤄지고 1984년에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국내 밀 생산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밀 농사를 거의 짓지 않게 됐다.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1991년 농민과 소비자 주도로 계약재배를 통한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으나 막대한 수매자금 때문에 현재는 소비촉진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밀 같은 주요 작물의 자급률이 떨어지면 식량 주권과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2007~2008년 세계 곡물 파동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식량 안보에 대해 중요성이 더 커진 만큼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더 와 닿는 이유다. 


한국의 대표적인 밀 주산지, 구례에서 우리밀 빵으로 지역 관광 상품을 만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전남 구례, 목월빵집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젊은 제빵 달인, 장종근 대표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_박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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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밀밭 길을 걸어오는 한 남자, 장종근 대표는 우리밀 알리기에 앞장선 청년 CEO다. 우리밀의 대표 산지, 구례에서 아버지가 농사지은 우리밀과 지역 특산물로 건강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2016년에 문을 연 목월빵집을 ‘구례 대표 관광명소’로 만든 것.

<SBS 생활의 달인>에서 젊은 제빵 달인으로 소개된 장종근 대표의 제빵 인생은 고향, 구례와 그 시작을 함께한다. 그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한 구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고 서울과 해외에서 생활했던 그가 귀촌을 결심한 건 2008년. 그는 고향 구례로 내려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홈베이킹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취미로 홈베이킹을 시작했어요. 베이킹에 매료될수록 지친 마음에 어떤 위안을 얻게 됐죠. 일종의 치유랄까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해 주변 지인들에게 하나, 둘 빵을 팔기 시작했고요. 처음 빵을 만들 때부터 구례가 대표적인 우리밀 주산지이니 굳이 수입산 밀가루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갓 빻은 신선한 우리밀로 투박하고 거칠지만 향긋하고 구수한 유럽식 빵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그 특유의 맛과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이후 기회가 닿아서 혼자서 몇 평 남짓한 작은 빵집을 열게 됐고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경험을 쌓고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2년 동안 공장형 베이커리에서 일하며 생산과정 전반을 혼자서 소화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베이킹에 관한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2016년, 전남 구례 한적한 동네 작은 골목길에 목월빵집을 열었다. 상호로 외래어를 많이 쓰는 여느 베이커리와 달리 ‘목월빵집’이라는 한국적인 상호를 쓴 것부터가 남다르다. 이 특별한 상호에는 ‘우리밀로 건강한 빵을 만든다’는 창업 정신이 담겨 있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에서 ‘강나루 건너서 // 밀밭 길을 //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라는 시구가 있어요.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의 서정적인 모습에서 사라져 버린 우리밀이 다시, 황금 들녘을 물들이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목월빵집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박목월 시인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경주에 박목월 생가를 찾았어요. 때마침 박목월 시인을 기념하는 시집을 출간돼 전시해두었는데 그 시집 겉표지 색깔이 보라색이었어요. 그때 시그니처 컬러로 보라색을 선택하게 됐죠. 지금 봐도 ‘우리밀로 건강한 빵을 만든다’는 창업 정신과 딱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밀로 만든 건강한 빵’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오픈한 목월빵집은 구례를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지역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밀 등 100% 국내산 원료를 활용한 앉은키통밀 목월팥빵, 수제햄젠피빵, 흑밀 덩어리빵 등 70여 종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평일에도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웨이팅 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이곳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SBS-생활의 달인>, <KBS1-한국인의 밥상>, <MBC-생방송 오늘 저녁> 등 여러 매스컴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얼굴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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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맛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는 명품(名品) 베이커리. 이 집 빵맛을 잊지 못해 서울,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택배 주문을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 뛰어난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젊은 제빵 달인의 노력은 남다른 원재료에서부터 시작된다.


 “목월빵집은 전량 우리밀을 사용해 빵을 만들어요. 구례에서 생산되는 금강밀과 백강밀을 시작으로 토종우리밀 품종인 진주 앉은뱅이 밀을 쓰고요. 목월빵집에서 재배하는 구례호밀과 흑인(검은밀), 그리고 고대품종인 호라산밀과 스펠트밀을 사용하고 있어요. 모든 통곡은 그날 사용할 양만큼만 자가제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례호밀, 흑밀 등 특수밀은 아버지(장재필 씨)가 직접 농사지은 햇밀을 쓴다. 구례 농가와 인근에서 수매한 신선한 밀을 당일 사용할 만큼 제분해 특유의 향과 풍미가 살아있다. 


모든 빵에는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고 비정제원당과 곡물당은 치아바타류와 식빵류에 소량 사용하며 버터는 페스츄리와 일부 단과자빵에만 사용하고 있다. 이스트 대신 통밀발효종, 백밀발효종, 호밀발효종으로 자연발효를 거쳐 식사빵을 만든다. 구례 특산물인 젠피(산초)가루를 활용한 수제햄젠피빵, 구례 산동에서 재배한 팥을 직접 끓여 만든 앉은뱅이통밀팥빵, 구례 곶감을 활용한 곶감치즈빵, 구례 쑥부쟁이를 활용한 쑥부쟁이 치아바타 등 다양한 지역의 식문화를 반영한 이색 빵들을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전남에서는 젠피(산초)가루를 김치에도 넣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거든요. ‘이 산초가루를 사용해 빵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착안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게 됐어요. 구례 산동에서 재배한 팥에 설탕을 조금 넣고 끓여 달지 않은 팥빵을 만들었습니다. 달지 않아 오히려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매달 1~2가지의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어요.”


직접 밀을 재배하고 자가 제분을 해서 빵을 만드는 과정은 많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이 고된 과정 끝에 만들어진 목월빵집의 빵은 한마디로 ‘우리밀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맛’이다. 한 번도 우리밀을 맛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갓 제분한 향긋한 밀의 향과 구수한 맛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이런 노력 끝에 코로나19에도 목월빵집은 ‘구례 대표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성장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상생을 추구했다. 주민 25명을 고용했으며 그중 대다수를 시니어로 채용했고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적용해 직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등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전남 구례는 고령화 인구가 높은 지역이에요. 젊은 제빵인들이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니어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적용해 직원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목월빵집에서 사용하는 우리밀 양은 연간 7~80t(톤)에 달한다. 아직 우리밀이 낯선 사람들에게 우리밀 빵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우리밀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것. 장종근 대표의 우리밀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우리밀 자급률은 1.1% 정도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이상 기후 등으로 수입 밀 가격이 크게 올라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죠. 전남은 전국 밀 재배 면적의 39%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례는 전남 밀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밀 자급률을 높이면 식량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수한 우리밀의 가치를 알리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밀의 비전은 다음 세대에 있다”는 것이 장종근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우리밀 생산 농가와 지역 빵집, 소비자, 지역사회 모두가 이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밀농사를 짓고 수확한 밀로 빵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시니어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고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밀 생산 농가와 우리밀 베이커리, 소비자, 지역사회 모두가 이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처럼 전국 곳곳에 우리밀 베이커리를 여는 것이 꿈입니다(웃음).” [1147]


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wp199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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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황금빛 들녘을 이루는 우리밀로 지은 ‘고소하고 향긋한 빵’ - 목월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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